이번에는 얼마 전 아빠가 너희들에게 메소포타미아 고대 문명 수메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잠깐 언급했던 길가메시 서사시(Epic of Gilgamesh)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전에 우선 수메르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수메르는 사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기원했을 때부터 나오는 고대 문명이야. 이 문명에서 살던 수메르인들이 나중에 이집트로, 인도로, 그리스로 나아가서 새로운 문명을 이룬 사람들이라고 보면 돼. 수메르 문명은 대략 BC5 천 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해. 이들은 모여 살면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의 비옥한 토지에서 농업을 하며 정착을 시작했어. 농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모여 도시가 형성되었지. 이때 생겨났던 도시들은 ‘키시’, ‘라가시’, ‘우르’, ‘우루크’ 등이 있어. ‘키시’가 BC 2900년 경에 가장 먼저 융성해서 왕조를 이루었어. 키시 왕조에 ‘에타나(Etana)’라는 왕이 있는데 고고학적으로도 발굴된 여러 문헌에서 그 이름이 등장하고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언급이 되었어. 그리고 키시 왕조에서 우루크 왕조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는데, 길가메시가 그 큰 역할을 한 전설적인 왕이라고 해. 이후 ‘움마’의 제사장이자 왕이었던 ‘루갈자게시’는 라가시 왕조를 전복시키고 우루크를 정복하여 새 수도로 삼고 페르시아 만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대제국을 세웠어. 그는 셈어족의 아카드 왕 ‘사르곤’이 등장하기 이전의 마지막 수메르인 왕이었어. 그 뒤로 BC2300년경 아카드의 사르곤 왕이 이 지역의 정복자가 되지. 이후 BC2150년경에 ‘구티’족이 이곳을 지배하다가 우르의 ‘나무 왕’, ‘슐기 왕’등이 우르의 제3왕조를 형성하며 수메르의 부흥기를 맞이해. 하지만 이때부터 수메르 땅에 염분이 증가해서 농업 생산력이 감소하면서 BC2000년경 이 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서서히 수메르는 쇠퇴하게 되었어.

수메르인은 매해 봄마다 수태 준비를 마친 대지에 씨를 뿌린 뒤 ‘탐무즈’의 부활제를 올렸다고 해. 그들은 탐무즈를 성장의 신으로서, 대지의 여신이 탐하는 남성적인 힘의 상징으로서 숭배했어. 이러한 풍년제 기간에는 모든 아내들이 자신의 남편뿐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다른 남자와도 잘 수 있는 권리를 남편에게 인정받고는 자유롭게 사랑의 상대를 선택할 수 있었어. 그렇긴 하나 남편 이외의 연인의 정액은 밖으로 흐르게 하여 임신하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해야 했어. 그렇지 않으면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기 때문이었지.

우리가 같이 공부한 ‘지구라트(Ziggurat)’라는 것이 있었지. 지구라트는 본래 높은 곳을 뜻해. 지구라트는 메소포타미아나 엘람의 주신에 바쳐진 성탑(聖塔)으로, 진흙을 뭉쳐서 햇볕에 말려 만든 흙벽돌이나 구워 만든 벽돌로 만들었어. 흙벽돌의 형상과 특성을 살린 아치도 이 무렵에 발명되었지. 지구라트의 원형은 우바이드기(Ubaid 期)의 기단(基壇)을 가진 신전이야. 우르 제3왕조에 지어진 우르의 지구라트는 달의 신인 ‘난나르’에게 바쳐진 것이다. 기단은 3단인데 꼭대기에 신전을 떠받들고 있는데 지금은 기단만 남아 있고 상층부는 사라졌어. '바벨탑'으로 불리는, 유명한 신바빌로니아 시대의 ‘바빌론 성탑’은 7층 기단의 성탑으로 ‘마르두크신’에게 바쳐진 성탑이야. 걸프 전쟁 때 이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진 적도 있다고 해.



이제 『길가메시 서사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길가메시 서사시』는 인류 최초의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탄생한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 중 하나야. BC2100년경 수메르어로 최초 작성되었고, 이후 바빌로니아어로 다시 편집되어 지금 우리가 읽는 형태로 전해지고 있어. 단순한 영웅 이야기로 보기에는 그 깊이가 엄청나. 신화와 역사, 인간과 신, 생명과 죽음을 관통하는 이 서사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어.

『길가메시 서사시』는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의 이야기야.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우루크의 3대 왕 '루갈반다'와 들소의 여신 '닌순' 사이에서 태어난 2/3는 신, 1/3은 인간으로 태어나 5미터나 되는 키로 엄청난 힘과 지혜를 지녔지만, 오만하고 폭력적인 통치로 인해 신들의 분노를 사게 되지. 그는 우루크 시내를 무장한 채 힘을 과시하며 젊은이들을 괴롭히고 초야권을 이용하여 새 신부를 신랑보다 먼저 범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일삼고 다녔다고 해. 주민들이 천인인 아누에게 불만을 토로하자, 신들은 길가메시와 똑같은 모습을 한 ‘엔키두’라는 야생 남자를 만들어 길가메시를 견제하게 해. 엔키두가 출몰하자 길가메시는 사냥꾼에게 신전의 여사제 샴하트를 데리고 가서 그를 정복시켜 야수성이 사라지게 만들라고 명령을 하지. 야생의 엔키두는 결국 샤냥꾼과 샴하트에 의해 교화가 되어 샴하트를 따라 길가메시를 찾아오게 되지. 엔키두와 길가메시가 처음 만난 곳은 마을의 결혼식장이었고 신부에게 강제로 초야권을 행사하려던 길가메시를 보고 엔키두는 결투를 신청해. 혼례가 열리던 집 앞에서 둘은 싸움을 벌이게 되고 길가메시가 먼저 무릎을 꿇으면서 싸움이 끝나. 하지만 이 둘은 싸움을 통해 오히려 친구가 되고, 이후 함께 삼목산을 지키는 무서운 괴물 ‘훔바바’를 무찌르면서 사람들의 레퓨테이션을 얻게 되지. 사랑과 전쟁의 여신이자 하늘과 땅의 여왕인 이슈타르가 품바바를 죽이고 돌아오는 길가메시의 매력에 빠져 유혹했지만 그녀의 남성 편력과 그 남자들의 불행해진 연애의 결말을 듣게 된 길가메시가 그녀의 플러팅을 거절해. 이에 열받은 이슈타르는 하늘로 올라가 아누신에게 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위해 하늘의 황소를 데리고 와 우루크의 강물을 축내고 도시를 부수기 시작했어. 이를 본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황소를 죽이고 황소의 오른쪽 다리를 찢어 그녀의 얼굴에 던짐으로써 길가메시의 승리로 끝나지. 신들은 분노했고 결국 이 둘 중 하나를 죽여야 한다고 결정해. 그런데 길가메시가 신의 아들이라 차마 죽이지 못해 결국 엔키두를 죽였어. 엔키두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고 해. 그래서 그는 불사의 비밀을 찾기 위해 먼 여정에 오르고, 대홍수 때 살아남아 신들로부터 영생을 부여받은 ‘우트나피쉬팀(메소포타미아의 노아와 같은 존재)’을 만나러 떠나지. 무시무시한 전갈 부부가 살고 있다는 '마슈산'을 통과하고 죽음의 바다 앞에서 여인숙을 운영하는 '씨두리'라는 여신을 만나게 돼. 씨두리는 길가메시에게 인간은 필멸의 운명이 주어졌기 때문에 영생은 불가하니 현재를 즐기라는 조언을 해줘. 여기서 카르페디엠(Carpe diem)의 개념이 유래되지. 씨두리로부터 죽음의 바다를 건네주는 뱃사공을 소개받아 길가메시는 바다를 건너 우트나피쉬팀을 만나. 우트나피쉬팀은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신들을 모이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6일 낮 7일 밤을 잠들면 안 된다고 했지만 여독에 심신이 지친 길가메시는 잠을 참지 못하고 7일 이후에 깨게 되지. 그래서 영생을 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길가메시에게 우트나피쉬팀은 영생은 아니나 늙지 않게 되는 불로초를 알려줘 단숨에 깊은 샘으로 뛰어들어 가시에 손이 찔리면서도 심연에서 불로초를 구해오게 되지. 불로초를 손에 쥔 길가메시는 왕국으로 돌아가 노인들에게 나누겠다고 생각을 해.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 샘에서 목욕을 하던 중에 뱀이 나타나 불로초를 가지고 도망가고 길가메시는 털썩 주저앉아 울게 되지. 결국 그는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지혜로운 왕으로서 우루크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


『길가메시 서사시』는 단순히 오래된 이야기일 뿐 아니라, 기록된 문학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이 서사시는 당시 메소포타미아 사회의 종교관, 세계관, 윤리관, 그리고 인간관을 보여주고 있어. 신과 인간의 관계, 운명과 자유의지,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등은 지금의 철학적 질문과도 연결돼.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 서사시에 대홍수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거야. 신이 인간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 홍수를 일으키고, 한 사람이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는 이 구조는 성경의 노아 이야기와 매우 유사하지. 이는 두 문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거나, 공통된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해. 4000년이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길가메시가 겪는 고뇌는 오늘날에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야.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고, 죽음을 피하려 애쓰며, 결국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이야기야.


이 서사시에 등장하는 엔키두는 처음엔 야생 동물과 함께 살며 인간의 문명을 거부한 존재였어. 그런데 신전 여사제 ‘샴하트’와의 일주일간의 교류 이후, 그는 문명화되고 인간 사회로 들어오게 돼. 이 장면은 성과 문명화의 연결성, 또는 인간의 본성과 문명의 관계에 대한 은유로 해석될 수 있어. 단순히 “여성과 함께 했더니 야수가 인간이 되었다”는 에피소드지만, 문명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지. 그리고 길가메시는 결국 불사의 비밀을 얻지 못하지만, 노력의 대가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식물을 얻게 돼. 그는 이를 우루크로 가져가 백성들과 나누려 하지만, 목욕하는 사이 뱀이 식물을 훔쳐 먹고 도망가 버려. 이 에피소드는 성경의 ‘에덴동산과 뱀’을 연상시키며,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없는 운명을 지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또한 이 서사시는 19세기 중반, 현재의 이라크 지역인 니네베의 아슈르바니팔 궁전 유적에서 점토판 형태로 발견되었어. 초기에는 단순한 종교 문서로 여겨졌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그 속에 담긴 놀라운 서사와 철학이 드러났다. 특히 대홍수 이야기를 포함한 점토판은 성경의 기원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어.
"우루크의 성벽을 보라. 내가 쌓은 것을.”이 말로 서사시는 끝나. 결국 인간은 죽지만, 남긴 흔적은 영원할 수 있다는, 작지만 위대한 위로이지.


TMI로 우리나라에 김산해 선생이라는 수메르 전문가가 있어. 그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공부했어. 30여 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역사·문명 연구에 전념했고, 수메르어·악카드어 같은 고대어를 해독하며 인류의 ‘최초’를 찾아 나섰어. 그는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라는 책을 내며 국내 최초로 수메르어와 아카드어의 원전을 번역하였고 ‘최초의 역사 수메르’, ‘최초의 여신 인안나’등의 주옥같은 저서들을 집필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수메르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최초의 서사시로 알려진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보다 2000년이나 앞선 서사시가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며 내용으로도 장엄한 서사시로 지금 읽어봐도 감동을 주는 훌륭해. BC2800년경 이야기지만 맥주를 즐기고, 술에 취해 실수로 여성 안에 사정하여 질책하는 내용을 보면 48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Daddy’s Point of View =====
『길가메시 서사시』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오늘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줘. 길가메시는 처음엔 힘이 센 걸 자랑하고 친구도 함부로 대했지만, 소중한 친구를 잃은 뒤에는 죽음과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돼. 결국 그는 불멸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잘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 요즘 시대처럼 빠르게 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도, 진짜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야. 남과 비교하기보단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 그게 진짜 멋진 삶이라는 걸 이 이야기가 말해주고 있어.
#길가메시서사시 #길가메시 #길가메쉬 #우루크 #수메르 #메소포타미아 #지구라트 #김산해 #카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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