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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경제 이야기

원칙의 리더십 : 레이건 정부와 포르쉐

by 브라보 오스카 2024. 4. 25.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어떤 사람이 지키려는 원칙은 바로 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신용을 지킨다, 남을 해치지 않는다 등과 같은 소박한 원칙도 실제로 지키면서 살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사람들은 대개 삶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있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조직이나 나름의 원칙이 있고, 이 원칙은 바로 그 조직의 모습이 된다. 어떤 조직에나 원칙이 있지만 실제 적용은 별개의 문제이다. 원칙을 단순한 홍보와 대중 조작의 수단으로 이용만 하는 임기응변에 능한 조직이 있고, 원칙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면서 발전시키는 합리적인 조직이 있다. 원칙은 언제나 지켜져야 하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위기일수록 원칙을 지켜라. 위기를 기재하라.

 

▶ 로널드 레이건( Ronald Wilson Reagan, 1911-2004, 임기 1981-1989),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재임기간동안 펼쳤던 경제적잭은 레이거노믹스( Reaganomics,  Reagan+ economics)로 일컬어지며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세금을 낮추고 국내 지출을 줄였다는 점에서 전임 대통령과 큰 차이를 보였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시에는 국가적 위기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제와 이란 인질 사태로 미국의 위상은 추락했다. 더구나 70세의 레이건은 취임 40일 만에 암살범의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하지만 총알보다 더 심각한 도전은 공공부문에서 왔다. 그는 직접 쓴 취임연설에서 “지금의 정부는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아니다. 바로 문제 그 자체이다”라며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레이건은 영화배우 시절 연혜인 조합 대표 출신이어서 민간 노조에는 동정적이었지만 공공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연방 공무원의 파업은 명백히 법률로 금지되어 있었다. 실제로는 우편노조 등의 불법 파업이 묵인되어 왔다. 노조의 권력은 법보다 위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정부소속 1만 7천여 관제사의 조직인 항공관제사노조, PATCO는 1년여 동안 끌어오던 협상이 결렬되자 1981년 8월 전면 파업을 선언하며 1만 2천 명이 이 파업에 동참했다. 노조의 요구는 주 40시간 근무의 32시간으로의 근무 시간 단축과 40% 이상의 임금 인상이었다. 관제사들의 요구는 무리하다고 레이건은 판단했다. 관제사 노조 PATCO도 나름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휴가철 성수기인 8월에 비행기 운항이 멈출 경우 사회적 파장은 증폭되리라 판단했다. 노조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에도 불법파업의 승자도 노조로 예상했다.

 

▶ PATCO 파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파업을 예상하고 있던 정부의 신속하고 강경한 대응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이 시점 이후로 미국의 노동운동은 쇠퇴기를 맞는다.

 

하지만 레이건의 대응은 강경했다. 그는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전원 해고할 것이며 평생 연방벙부에 재취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원은 엄포로 받아들이고 파업을 멈추지 않았으나 레이건은 경고대로 기한내에 복귀하지 않는 노조원 1 1359명을 8 5일 전격 해고했다. 파업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가동하면서 항공기 운항은 80%수준으로 유지되었다. 정부는 군인과 은퇴한 관제사를 동원하였고 자가용 비행기등 불요불급한 운행은 중단시켰다. 파업은 결국 노조의 참패로 끝났다. 관제사 노조 PATCO는 이듬해 10월 노조 자격을 상실하게 되었다. 레이건은 불법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했고 미국을 변화의 길로 이끌었다.

 

▶ 2024년 신형 포르쉐911

 

최고급 스포츠 자동차의 대명사인 포르쉐는 1990년대에 큰 위기에 봉착한다. 위기의 시작은 1970년부터였다. 제품의 라인업을 확장하기 위해 914, 924, 928 등을 출시하였는데 포르쉐 아이콘인 911의 컨셉과는 거리가 있었다. 포르쉐의 전통적 고객들은 이탈하기 시작했다. 1986년 5만 3천 대가 팔렸지만 1993년에는 고작 1만 2천 대 판매에 그쳤다. 포르쉐는 생존도 어려운 절망적 상황이었다. 포르쉐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1980년대 초에 포르쉐에 근무했던 벤델린 비데킹(Wendelin Wiedeking)을 영입했다. 그는 “포르쉐 고유의 원칙을 지켜야 회생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는 타협하는 자는 패배하기 마련이다라고 믿었고, "복제품 가게라면 우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고 천명했다. 비데킹의 관점에서 포르쉐는 최고급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원칙을 망각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고 판단했다.

 

▶ 벤델린 비데킹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포르쉐 CEO로 재직하면서 죽어가던 포르쉐를 회생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이후 폭스바겐 인수 실패로 포르쉐에서 쫒겨나고 만다. 그는 이후 2012년 피자 레스토랑 체인을 한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다.

 

비데킹은 원칙에 동떨어진 제품을 폐기하고 본연의 원칙에 부합하는 제품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929와 968 등을 단종시키는 대신 911을 최고의 제품으로 바꾸어나가되 효율성을 함께 추구하는 것으로 개선의 방향을 잡았다. 911은 조립시간이 길고 수익성이 낮았었는데 비데킹은 조립라인을 개선하고 공정을 합리화했다. 비데킹의 개선 프로그램 이전에는 6주에 완성되던 차들이 불과 3일 만에 조립되는 수준까지 생산성이 높아졌다. 911이 경쟁력을 갖추자 비데킹은 911보다 작고 날렵한 형태의 박스터를 생산하기로 결정하였다. 최고급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된 박스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박스터는 2003년 포르쉐 판매량의 40%를 차지하는 베스트셀러로 성장했다.

 

원칙이 흔들려 위기를 맞았던 포르쉐는 원칙을 재정립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회생의 기회로 삼았다. 한번 무너진 원칙은 이미 원칙이 아니다.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원칙을 훼손하면 결국 더욱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책임감 있는 리더라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기본 원칙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급한 리더의 특징은 원칙 없이 임기응변에만 능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황에 따른 작은 이익은 챙기지만 조직을 장기적으로 번영시키는 큰 이익은 놓친다. 당장의 연명을 위한 조치는 조직의 생명을 단축시킨다. 특히 위기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서 원칙을 버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공동체를 파멸시킨다. 위기를 단순히 모면하거나 덮는 것이 리더의 목표가 아니라 위기 극복을 통해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해서 더욱 큰 발전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리더의 사명이다.

 

Daddy's Point of View ===============

요즘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첨예하다. 아픈 국민을 볼모로 두 진영 모두 그들의 이해를 위해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정부 발표를 보면 의료계의 강력한 대응에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얼마 전 전국 장애인 연합회의 농성 때 정부의 강력한 조치는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결국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는 강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일까?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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