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이름을 ‘청정원 양조간장’으로 심플하게 정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임원이 한 마디 거든다. “깔끔하네. 근데 ‘100% 자연숙성’이라는 것도 강조하면 좋지 않을까?” 결재 라인을 밟을 때마다 단어가 하나씩 늘어난다. 결국 최종 상품명은,
‘청정원 햇살담은 11년 이상 씨간장 숙성공법 양조간장 골드’
안재석(한국경제 기자)은 대기업의 디지털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를 세 가지 꼽았다. 첫째,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둘째,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 한다. 셋째, 전문성의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위로 올라갈수록 전문성이 떨어지는데 권한이 크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미스터리를 푸는 출발점은 단순하다.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是知也)’.”
기업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이 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은 쉽고 일반적이지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경우는 인정하기도 힘들고 쉽게 보여지지 않는다. 모른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자가 전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是知也)’라는 말은 쉽지만 진정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다.
원래 이말은 공자가 그의 제자 유(由, 자로)에게 이른 말이다.
“유(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니라!”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자왈 유 회여지지호.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왜 공자는 유(자로)에게 앎과 알지 못함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했을까? 그때 공자가 사용한 단어가 회(誨)이다. 사전상의 의미로는 가르친다는 뜻도 있지만 인도(引導)하다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공자는 자로에게 안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어떠한 이유로 설명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교(敎)가 아닌 회(誨)라는 단어를 쓴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술이7」에 자로에게 왜 그랬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씀이 있다. "한 꼭지 들어 말해주어 세 꼭지로써 반추할 줄 모르면 더 반복치 않고 기다릴 뿐.(擧一隅 不以三 隅反 則不復也)" 모든 것을 가르쳐 깨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해 주는(誨) 역할을 공자는 추구했던 것 같다.
안핑 친이 쓴 『공자평전』에서도 공자가 자로에게 가르치려고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자로에게 진성성과 꾸미는 것에 대해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로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밝히는 데 정직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공자가 질책한 것일 수도 있다. 주자(朱子)는 자로에 대해 본시 용맹스러움을 좋아하는 인간이었지만 그런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안다고 우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 것을 보면 아마도 자로에게 그런 성향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며 또한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어리석은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중요할까?
인간의 앎에 있어서 가장 큰 병폐는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즉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모르느냐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 지를 명료하게 아는 인간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우기는 법이 없다.
- 『논어 한글 역주1』 도올 김용옥
이 말씀을 보고 있자니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더욱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오늘의 말씀은 뜻은 쉬우나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말씀이 아닌가 생각된다.
Daddy's Point of View ==================================
우리는 아는 것은 당연히 안다고 할 뿐만 아니라 아는 것에 덛붙여 자신의 앎을 뽐내며,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하여 허풍을 떠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렇게해야만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아빠도 그래왔다. 하지만 남들에게가 아닌 본인에게 떳떳한 것이 진정한 앎을 가진 자의 자신감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뽕이와 건빵이는 자신감 충만한 인간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런데, 위에서 예를 들었던 기~인 브랜드명, 이걸 마케팅으로 풀었네.. 정말 재밌는 세상이다.
청정원 햇살담은 11년 이상 씨간장 숙성공법 양조간장 골드
광고인으로 살면서 예전에 봤던 이 영상이 갑자기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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